지난 21일 옥구읍 상평초.
8년 전만 해도 운동장에서 천진난만하게 공을 차며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사라지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낡은 시설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던 정겨운 곳이었는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상평초가 폐허로 전락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도 왠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상평초는 1949년 7학급으로 개교했다가 농어촌 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결국 2008년 옥구초와 통합하면서 학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학생들이 떠난 자리는 오랜 기간 방치됐던 터라 시설 곳곳이 허물어지고 그야말로 엉망이다.
주민들은 이곳 상평초가 무관심 속 방치되기보다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 지역 등에 방치되는 폐교가 제대로 관리·활용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폐교의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주민과 인근 옥구향교를 방문하는 관광객 등도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폐교된 학교 현황은 상평초를 포함한 모두 6곳으로 나포면 소재 나장초와 서왕초, 옥구읍 수산초, 개정면 운회초, 회현면 용화초 등이다.
이들 학교 중 4곳은 매각을 통해 반전을 이루며 재탄생됐다.
나장초는 아이들의 체험공간으로, 서왕초 음식점, 수산초 노인요양병원, 운회초 자동차 운전학원으로 각각 탈바꿈했다.
그러나 상평초와 2003년 문을 닫은 용화초는 이렇다 할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마을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계기관에서 폐교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회현면 주민 김모(48)씨는 “농촌인구 감소로 앞으로도 폐교 학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용화초처럼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폐교에 대한 사후 활용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도교육청이 ‘돌아오는 학교’를 표방하며 폐교재산의 매각과 개인 임대 등을 금지시킨 가운데 시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활용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려졌다.
이에 군산교육지원청이 고심 끝에 내세운 방안은 예절학교와 체육활동 공간.
상평초의 경우 지리적으로 인접한 옥구향교와 연계한 예절 등 체험공간으로 조성하겠다 것.
교실과 주변 시설 등을 리모델링 해 예절실과 다도 체험실 등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한 용화초는 기존 잔디를 활용해 지역축구 선수들의 훈련 및 여가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군산교육지원청의 복안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계획이 현실이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도교육청이 운영비 조달 문제 등으로 인해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
군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추경 예산안에 편성되지 못해 사업추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좀 더 검토하고 보완해서 지역 폐교들이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폐교 인근 주민들은 “폐교에 대한 활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전북도교육청 등의 추진계획이 헛구호가 돼서는 안된다”며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