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여름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기간 동안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과 같은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거나 구급차를 이용하는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 일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며 이 환자들을 접할 때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을 사고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온열질환은 단순히 더위를 먹는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 않는다.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심각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무엇보다 열사병으로 진행되면 체온이 40도 이상 급격히 오르면서 중추신경계가 손상돼 회복이 어렵거나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예방이 최선이며 조기에 증상을 인지하고 즉시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작은 습관이 큰 역할을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다.
갈증을 느낄 때만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갈증이 없더라도 일정 시간마다 물이나 이온음료를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찬 음료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몸에 무리가 덜하다. 커피, 에너지음료, 술과 같이 이뇨작용을 촉진해 체내 수분을 빼앗는 음료는 폭염 기간만큼은 자제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밝은색의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사용해 직사광선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특히 폭염이 가장 심한 오후 12시에서 5시 사이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야외에서 활동해야 한다면 30분마다 그늘이나 시원한 실내로 들어가 휴식을 취해 체온을 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내에서는 선풍기나 에어컨을 적절히 사용하되 실내외 온도 차이가 너무 크지 않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현기증, 두통, 근육경련, 구토, 심한 피로감 등이 있다. 이 단계에서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옷을 느슨하게 풀고 찬물이나 물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체온을 내리면 상당 부분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이 흐려지거나 호흡이 가쁘고 맥박이 급격히 빨라지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구급대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처치를 시행하며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할 준비를 한다. 주변에 이러한 환자가 발생한다면 절대로 혼자 회복될 것이라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구조 요청을 해주길 바란다.
우리 소방서는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기간 동안 폭염 구급대응체계를 가동해 온열질환 환자 발생에 즉시 대응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 안내, 살수차를 통한 도로 급수지원을 하며 소방서에서는 온열질환 환자를 대비해 처치장비를 구비하고 자체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관심을 갖고 예방수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온열질환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작게는 물 한 컵 더 마시기, 잠시 그늘에서 쉬기 같은 작은 행동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출발점이 된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예보되고 있다. 더 이상 폭염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일상적인 재난이다. 국민 모두가 온열질환 예방법을 숙지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 주길 당부드린다. 우리 소방은 언제나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무더운 날씨에 모두가 건강을 잘 지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조금이라도 덜 울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