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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다”던 26세 방사선사…유족, “병원은 개인 문제로 몰지 말라”

故 임가현 씨 유족·민주노총, 30일 동군산병원 앞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조의금도 돌려준다…진심 어린 사과와 회사 관계자 철저히 조사해야”

박정희 기자(pheun7384@naver.com)2026-07-30 12:55:21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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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군산시 동군산병원 정문 앞에서 열린 ‘故 임가현 방사선사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민주노총 등 유족지원단 관계자들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병원 측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박정희 기자)


동군산병원에서 근무하던 26세 방사선사가 출근을 앞두고 연락이 두절된 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과 노동계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족과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동군산병원 故 임가현 방사선사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유족 지원단’은 30일 오전 11시 동군산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와 병원 측의 공식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임가현 씨의 아버지를 비롯한 유가족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군산시노동권익센터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고인의 어머니는 기자회견 도중 딸의 죽음을 떠올리며 오열하다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故​ 임가영 씨의 아버지가 30일 동군산병원 앞 기자회견에서 딸의 사망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는 “항상 명랑하고 책임감 있던 가현이가 동군산병원에 들어간 후로 무너져 갔다”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해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고,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출근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딸을 잃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병원 측은 진 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복용했던 약을 빌미로 개인의 문제로 덮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원하는 것은 진실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다”며 “병원 사람들의 부의금도 모두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유족에 따르면, 임 씨는 지난 6월 초 동군산병원 영상의학과에 육아휴직 대체 계약직 방사선사로 입사했다.

 

그러나 근무 과정에서 출근시간과 휴게시간, 휴일 등 근로계약과 다른 근무가 이뤄졌고, 선임 직원들의 질책과 업무 압박, 통제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족 지원단이 제시한 자료에는 근로계약서상 오전 8시 30분인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오전 7시 30분까지 출근해 청소와 업무 준비를 하도록 했다는 주장과 함께, 식사시간을 10~25분가량으로 제한하고 접수처에서 대기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격주 토요일 휴무 조건과 달리 주 6일 근무가 이어졌고, 휴일인 일요일에도 지역 마라톤 행사 등에 동원됐으며, 초과근로수당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신입 직원들을 신관 검진센터와 본관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이동시키거나, 입사 초기부터 유방촬영과 의사 초음파 보조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퇴근 이후에도 이른바 ‘숙제’ 형식의 업무를 요구하고 이를 늦게 제출하거나 하지 못할 경우 질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함께 업무상 소통 과정에서 여러 선임들이 함께 비웃거나 조리돌림하는 분위기, 질문이나 설명을 할 경우 “핑계 대지 마라”는 식으로 질책하며 무조건 사과하도록 하는 조직문화가 있었다는 이전 근무자의 증언도 공개됐다.

 

사적인 통화나 흡연, 양치 등 일상적인 행동까지 눈치를 보거나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주말 개인생활과 퇴근 후 생활까지 통제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입 직원들에게 회식자리 장기자랑과 춤을 강요하거나 병원 SNS용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춤을 추게 했다는 증언, 선임의 성희롱성 발언과 이에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게 관리자가 책임을 돌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인에 앞서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전직 방사선사가 직접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전직 방사선사는 “저 역시 그곳에서 같은 두려움과 고통을 경험했다”며 “근로계약서와 달랐던 근무환경과 선임들의 반복적 괴롭힘, 이를 알고도 적극 해결하지 않았던 조직 태도에 대해 말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퇴사 당시 관리자에게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겪은 어려움과 부적절한 언행 등을 알렸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일이 몇몇 개인의 잘못으로만 끝나거나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방식으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며 “잘못된 조직문화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면 그 문화를 만들고 유지한 과정과 문제를 알고도 외면한 부분까지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지원단에 따르면 임 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어머니와 출근을 준비하던 중 “출근하기 싫다”며 울었고, 이후 집에 다녀오겠다며 자택으로 올라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임 씨는 사흘 뒤인 29일 군산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의 1차 조사에서는 타살 혐의점이나 유서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건은 지난 7일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이관됐다.

 

유족과 노동계는 고인이 생전 가족들에게 “그만두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하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는 심경을 토로하는 등 직장생활에 대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지원단은 고인의 죽음을 단순히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병원측이 고인이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개인적 문제로 판단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병원과 방사선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년간 이어진 조직문화와 그 안에서 문제를 알고도 방치했는지 여부까지 밝혀야 한다”며 “병원 자체조사만으로는 진상규명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지원단은 같은 시기 경기 광주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故 강수빈 간호사 사건을 언급하며 수사기관의 적극 대응도 촉구했다. 

 

실제, 강 씨 사건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3일 해당 병원과 사건 관계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유족지원단은 고용노동부와 전북경찰청에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동군산병원에는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와 책임자 조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전북도와 군산시, 지역 정치권에도 진상규명과 제도개선 과정에 책임있게 나설 것을 요구했다.

 

유족지원단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병원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책임있는 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다시는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의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동군산병원 측은 현재 외부 노무사를 선임해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여부와 고인의 사망과의 인과관계 등은 현재까지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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