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 오히려 지방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기준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마련한 ‘지방우대지수’를 둘러싸고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의 주요 도시인 군산·익산이 2권역으로 분류된 반면, 군산과 유사한 도시 유형으로 비교된 전남 목포·순천·나주·광양은 모두 3권역에 포함되면서다.
‘지방우대지수’는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여건을 평가하고, 이를 정부의 지방우대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서울과의 거리, 지역 발전 정도, 인구감소지역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4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0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21일부터 지방우대지수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활용 방안을 담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으며, 2027년부터 정부 정책과 사업에 본격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새롭게 마련된 평가 기준이 지역의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담아냈느냐는 점이다.
물론 권역 분류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평가가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역마다 인구와 산업, 교통, 정주 여건 등 세부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슷한 유형의 도시들이 서로 다른 권역으로 분류됐다면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군산은 국가산업단지와 새만금, 군산항을 기반으로 국가 산업과 물류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 불안과 인구 유출, 지역경제 침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산업 기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역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역 산업 규모뿐 아니라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과 고용 여건, 인구 유출 등 구조적 어려움도 함께 살펴야 한다.
교통 접근성 역시 단순한 시설 유무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군산은 철도망이 없는 도시가 아니라 KTX가 직접 정차하지 않아 고속철도 이용에 불편이 있는 도시다. 지역의 실제 이동 여건과 주민들이 체감하는 접근성까지 평가에 반영됐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 어려움은 하나의 지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 정주 여건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역 여건뿐 아니라 지역이 처한 구조적 어려움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방우대지수가 지역 간 격차를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라면, 평가 기준과 산정 과정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지표별 원자료와 점수, 가중치, 권역 구분 방식이 공개돼야 지역에서도 평가 결과를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유사한 유형의 지방자치단체 간 비교·평가 결과 역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아울러 권역 분류가 중앙정부의 정책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여건을 고려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각 부처가 지방우대지수를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고 실제 지원사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아직 본격 시행 전인 제도이기에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정책이 시행된 뒤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지금 평가 기준의 합리성과 형평성을 설명해야 한다.
지방우대지수는 어느 지역에 더 유리한 등급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어느 지역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준이어야 한다.
정부가 정한 숫자가 지방의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 기준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지방을 살리겠다는 정책의 출발점은 지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