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군산시의회 새만금특별위원장
지난 4월 23일 행정안전부는 ‘새만금 수변도시’의 관할 지자체를 김제시로 결정했습니다.
이어 5월 2일 해양수산부는 ‘새만금 신항’의 운영방식을 군산항과 연계한 통합운영(원포트)방식으로 확정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중앙정부가 대신 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고 지방분권 확대를 말하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중앙의 결정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 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사업으로 터전을 내어준 주민들에게 매립지 관할권이나 신항의 운영방식은 단순한 행정구역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오랜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자, 지역의 미래와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중요한 점은 군산, 김제, 부안, 세 지역 주민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새만금은 1991년 착공 이후 34년이 지났지만 매립 면적은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했고, 2010년 새만금방조제 관할권 분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건의 관할권 분쟁 중 3건만 결론이 났습니다.
앞으로도 매립이 계속되는 한, 분쟁도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자손손 이웃으로 살아온 주민들이 끝도 없는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마치 ‘지옥’과도 같습니다.
이제는 분쟁의 종지부를 찍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새만금메가시티’는 대통령 탄핵과 함께 사실상 동력을 잃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3년간 주장해 온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역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특별자치단체 방식으로는 관할권 분쟁이라는 핵심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이유입니다.
결국 해법은 하나입니다. ‘군산·김제·부안’의 행정통합, 바로 ‘새만금시’로의 전환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더는 없는 살림에 서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새만금에 재생에너지 중심개발, 해수유통 확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조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해수유통 확대는 관리 수위 조정을 의미하며 이는 곧 새만금사업의 전반적인 속도와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군산, 김제, 부안뿐 아니라 새만금개발청, 새만금개발공사, 한국농어촌공사, 전북특별자치도 등도 각각 다른 입장을 갖고 있으며 SK, 효성중공업 등 민간기업과의 협약도 얽혀있습니다.
이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조정·합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현행 「전북특별법」 제7조는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새만금 관련 업무를 추진할 때 새만금개발청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새만금사업법」에서는 지자체와 어떤 방식으로 협의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저 ’협의할 수 있다‘는 수준에 그칩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군산·김제·부안 주민들은 억울한 일이 생길 때마다 소송, 삭발, 궐기대회, 서명운동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새만금개발이 지연되는 책임마저 지자체 간 갈등 탓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신항 운영방식을 두고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용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필요한 경우 「새만금사업법」과 「전북특별법」 개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대안입니다.
군산·김제·부안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신영대·이원택 국회의원과 지역 정치인들에게 호소합니다.
‘군산·김제·부안’ 세 도시의 미래를 논의할 공론의 장을 시급히 만들고, 행정통합을 포함한 모든 대안과 실행 로드맵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우선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선 공약으로도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시된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정책목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역주도 행정체계 개편 추진
▲행정체계 개편을 위한 통합 TF구성 및 로드맵 마련▲주민의사 반영한 지자체 통합방안 마련
아직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한 행정인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진 않지만 새만금 지역의 행정통합은 반드시 명시돼야 할 것입니다.
군산·김제·부안 주민 여러분과 지역사회 리더분들에게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통합의 가능성은 더 멀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직접 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