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완 도시·지방 정책연구소 소장(제7대 군산시의회 의장)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14년째 노인빈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OECD 평균의 2.6배를 넘어서며, 그 자체로 대한민국 복지체계의 실패를 드러내는 수치다.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를 이끌고 민주화를 견뎌낸 베이비부머 세대, 그중에서도 58년생을 비롯한 60년대생들은 자신들의 청춘과 노력을 국가에 바쳤지만 정작 노년에는 빈곤과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세대로 남았다.
열심히 일하고, 자녀를 공부시키고, 부모를 공양했음에도 노후의 삶은 기대보다 훨씬 가혹해졌다.
이 세대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사치가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소중히 여겨온 오복 가운데 하나인 고종명, 즉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생을 마무리할 권리다.
우리 민족이 이야기하는 오복(五福)에는 고종명이라는 말이 있다. 유교 경전인 서경에 유래한 오복(五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다섯을 일컫는다.
수(壽)는 천수를 누리며 오래 사는 것이고, 부(富)는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을 만큼 넉넉하고 풍요로운 상태이며, 강녕(康寧)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뜻한다.
유호덕(攸好德)은 선행과 덕을 쌓고 베푸는 복을 말하며, 마지막으로 고종명(考終命)은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복이 지향하는 이 삶의 기준은 오늘날 노년 세대가 바라는 최소한의 바람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 기본적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에 누워 얼굴조차 익힐 수 없는 간병인과 의료진에게 둘러싸인 채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가족윤리나 지역사회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 없다.
노인빈곤 문제는 지자체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대한민국 모든 노인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기준, 공통의 기본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별 재정에 따라 노인복지 수준이 천차만별이 되는 구조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확대할 뿐이다.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인간다움의 권리가 달라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 살든 누구나 고종명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표준이 확립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복지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젊은 세대가 지역에 정착하고 생산가능인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군산은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군산은 더 이상 ‘황혼의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기반으로 ‘젊어지는 도시’로 재탄생해야 한다.
RE100 시대에 맞춘 청정에너지 산업, 효율 높은 국산 태양광 패널의 R&D 및 생산, 데이터센터 유치 등 1만 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존재한다.
새만금을 단순 태양광 패널의 설치 공간으로만 바라보는 구시대적 접근에서 벗어나,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산업의 전진기지로 육성해야 한다.
15%대 효율의 태양광 패널만으로는 미래가 없으며, 원전·석탄발전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RE100이 필수인 수출 시장을 견딜 수 없다.
군산의 미래는 단순히 부동산 개발을 통해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의 이익을 채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난개발과 단기적 경기부양에 기대는 정책은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지 못한다. 군산이 젊어지려면 비전이 분명해야 하고, 그 비전으로 모든 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이 일하고 가정을 꾸리고 노후까지 정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발전이다.
대한민국이 노인빈곤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는 출발점은 군산에서 시작될 수 있다. 군산이 다시 젊어지는 순간, 대한민국 역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노인복지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모든 세대가 인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황혼의 군산이 푸른 군산으로 다시 태어날 때, 대한민국은 마침내 젊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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