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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군산 쌀, 다시 현해탄을 건널 때

‘천년의 미(米)’에서 찾은 군산 쌀의 역사와 미래

최연호 (사)서수면사람들 이사장

군산신문2026-08-28 13:36:25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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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호 (사)서수면사람들 이사장


나는 최근 군산 서수 들판의 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 천년의 미()’를 썼다.

  

천 년을 이어온 한 톨의 쌀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 만나게 된 것은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잊고 있었던 군산의 역사였다.

  

군산은 쌀의 도시였다. 넓은 호남평야와 금강, 그리고 군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군산항을 통해 수많은 쌀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군산선 철도가 놓이고 정미소와 창고가 들어선 것도 쌀과 무관하지 않았다. 군산의 근대사는 쌀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그 중심에 옥구와 임피, 그리고 오늘의 서수 들판이 있었다.

  

지역 향토자료에는 서수 일대에서 생산된 쌀이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와 오사카의 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이후 일본 황실에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나는 천년의 미를 쓰면서 이 대목을 오래 바라보았다.

  

수탈의 시대에 우리 땅에서 생산된 쌀이 일본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군산 쌀이 지닌 또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쌀은 우리에게 영광의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나라를 빼앗긴 시대, 농민들의 땀과 아픔이 함께 실려 나간 치욕의 역사였다. 토지를 잃은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내몰렸고, 옥구와 서수 일대에서는 식민지 농업수탈에 맞선 농민들의 저항도 이어졌다.

  

그러나 역사의 아픔 때문에 한 가지 사실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시대에도 군산과 옥구·서수 들판에서 생산된 쌀의 품질이 일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100여 년 전 일본시장에서 인정받았던 군산의 쌀을, 이제는 우리가 주인이 되어 다시 일본으로 보내면 어떨까.

  

과거에는 빼앗긴 나라의 쌀이 현해탄을 건넜다면, 이제는 대한민국 군산의 이름을 단 상품이 당당하게 현해탄을 건너야 한다.

  

그렇다고 20kg짜리 쌀 포대를 그대로 일본에 수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공이야기. 일본의 생활 방식은 이미 크게 변했고, 1인 가구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수요도 커졌다.

  

군산 쌀을 즉석밥, 냉동김밥, 주먹밥, 쌀과자, , 쌀가루 식품 등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100여 년 전 일본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던 군산 쌀이라는 역사적 스토리를 결합한다면 다른 지역의 쌀과 차별화할 수 있다.

  

이제 농산물도 단순히 품질만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산자의 이야기를 함께 팔아야 한다.

  

프랑스의 와인이 지역과 역사를 팔고, 일본의 사케가 마을과 장인의 이야기를 파는 것처럼 군산도 쌀 한 톨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야 한다.

  

‘100여 년 전 일본에서 인정받은 군산의 쌀, 이제 대한민국 군산의 농민과 기업이 가공한 상품으로 다시 일본시장에 나선다.’ 이것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이야기다.

  

특히 군산에는 항구가 있고, 광활한 들판이 있으며, 농협과 식품기업이 있다. 새만금이라는 새로운 산업 기반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각각 흩어져 있는 자원을 하나의 수출전략으로 묶는 일이다.

  

나는 군산시와 농협, 생산농가, 식품기업이 함께하는 군산 K-라이스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싶다.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일본의 한 지역, 한 유통점, 한 축제를 대상으로 군산 쌀로 만든 즉석밥이나 냉동김밥, 쌀가공식품을 시험 판매해 볼 수 있다.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맛과 포장, 가격을 개선하면서 시장을 넓혀 가는 것이다.

  

쌀을 더 생산하는 것만이 농업정책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이야기를 입히며, 어느 시장에 팔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100여 년 전 군산의 쌀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해탄을 건넜다. 이제는 그 길의 의미를 바꿀 때다.

  

이번에는 빼앗겨 가는 쌀이 아니라, 우리 농민이 생산하고 지역기업이 가공해 군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상품이어야 한다.

  

천년의 미를 쓰며 내가 오래도록 바라본 서수 들판은 단순한 농촌의 들판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아픈 역사도 있었고, 저항의 역사도 있었으며, 바다 건너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던 쌀의 기억도 있었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 역사에서 미래를 찾아내는 것이.

  

군산 쌀의 두 번째 현해탄 횡단을 이제 우리가 준비할 때다.

   

최연호 ()서수면사람들 이사장

-KOTRA 수출전문위원

-역사소설 천년의 미()’ 저자

 

<본 칼럼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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