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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노년의 고백, 미스터 파킨슨병

군산신문2026-09-14 09:59:06 링크 인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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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홍 전 군장대학교 명예교수


3년 전, 가족들과 함께 로마 대성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딸아이가 파르르 떨고 있는 내 입술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빠, 입술이 떨리네요. 한국에 가면 꼭 병원에 가보셔야 해요.” 딸의 지나친 걱정이라 여겼다. 나는 그저 내가 알아서 하마라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러다 두 달이 지나도록 병원을 찾지 않는 나에게, 딸은 국제전화로 간곡하게 설득했다.

  

마침내 나는 2차병원 동군산병원을 거쳐 3차병원 원광대학교병원에 1일 입원을 했다.

  

20231229일 이상학 교수에 의해 시행된 PET 검사 결과 나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려야 한단 말인가. 거부하고 싶었지만 현실 앞에 선 내 마음은 한없이 슬프고 고독했다. 내가 이 글을 쓰기까지 3여 년을 주저했다.

  

자랑이 아닌 삶을 향한 정갈한 고백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꼬박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나보다.

  

파킨슨병의 예후가 초기라지만 나 몰래 불쑥 찾아온 병은 나를 적잖게 충격을 주었다. 내가 다시 펜을 잡기까지는 결국 세월이 약이 되었다.

  

혹자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환갑을 지나 칠순을 넘어선 나이에, 그것도 몸의 속도가 느려지고 불청객처럼 병마가 찾아온 이 순간에 왜 굳이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글로 남기려 하느냐고 말이다.

  

분명히 밝히자면, 이 글은 결코 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학자로서 평생 글을 쓴 사람으로서 내 삶의 약함과 흔들림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나에게도 여전히 두렵고 주저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부끄럽고 정직한 고백을 세상에 내놓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삶의 시련 앞에서 어두운 밤길을 헤매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촛불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한창 나이에 뜻밖의 질환에 맞닥뜨려 세상을 이기고 싶을 젊은 후배 환우들에게 몸의 속도는 느려졌을지언정 삶의 기품과 펜 끝의 영혼은 결코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 몸으로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삶의 주도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나 자신이 ‘Mr. 파킨슨병을 향한 엄숙한 선전포고일 따름이다.

  

나와 같이 숙명적인 길을 걸어갈 이들에게 전하는 나지막한 위로가 될 것이다.

  

붓을 들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거짓 없는 정직한 문장으로 삶의 존엄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나는 독자들로부터 따뜻한 격려와 찬사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투병을 해내고 싶다.

  

그리고 그 응원의 열기가 삶을 견뎌낼 긍정의 힘으로 작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근 나는 ‘Mr. 파킨슨병이라는 불청객과 동행하며, 병을 능동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가 많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에도 이제는 당당히 마주하려 한다.

  

나는 파킨슨을 앓는 선배 의사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며 며칠 전부터 동군산병원에서 재활 치료에 여념이 없다.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정확한 시간에 복용하는 일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다.

  

국가에서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의료비의 90%를 지원해 주는 의료시스템 역시 투병 과정에서 만나는 고마운 혜택이었다.

  

또 일주일에 이틀, ‘동군산병원 재활치료센터에서 재활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선생님들의 세심한 지도 아래 재활운동은 파킨슨병의 필수적인 운동이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는 선생님들의 땀방울 속에서, 나는 파킨슨병이라는 암흑의 터널을 건너기 위해 힘찬 행보를 하고 있다.

  

약물이 듣는 허니문 기간동안 주치의 이상학 교수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기로 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수많은 2차 운동 관련 증상이 나타나겠지만 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나의 노력중 재활치료가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본 수필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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